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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10월 어느 가을밤의 독백-

-10월 어느 가을밤의 독백-

 

 

일 년 반 만에 처음으로 그의 소식을 접했다그것도 그와 전혀 관계없는 제3자에게서 말이다그의 존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등장하니 뭔가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기도 하고굉장히 낯선 기분이 들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가 전해들은 그의 소식은 단 두 가지었다그가 우리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는 것과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나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듯이 한동안 멍해 있었다무방비 상태에서 난 방어를 할 수도 없었고그대로 모든 충격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다그 순간 나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 정신 차리지 못할 만큼 정신이 혼미했고당황스러웠다.아마 난 그 소식을 그의 친구에게서 전해 들었다면 이정도로 놀라진 않았으리...

 

정신을 조금 차리고 나니 먼저 드는 생각은 혹시나 마주치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과 여자 친구가 생긴 것에 대한 속 쓰림이었다물론 그가 원하던 목표를 달성한 것에 대해서는 대견하게 생각하고,예견했던 일이었지만 난 내 평생에 그를 다시 재회할만한 일은 그의 친구의 결혼식혹은 평생 볼일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예상과 달리 너무도 일찍 그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에 대해 지금도 무척이나 당혹스럽기만 하다.

 

난 그를 마주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나는 그와 그의 여자 친구를 마주하는 상상을 해본다그리곤 그의 여자 친구를 그려본다나에게 주어진 정보는 단지 그녀의 존재뿐이므로 나의 상상력은 한없이 뻗어져 나간다속으론 못생겼기를키가 작기를성격이 별로이기를 기원해 보지만그를 접해본 나의 친구는 성격이 별로이기를 기대해 보자고 말했을 정도로 그의 그녀는 아마 내가 바라는 것처럼 별로인 여성은 아닐 것이리난 그 점에 괜스레 화가 난다여자의 괜한 자존심인가질투심인가.

 

한참동안의 화를 가라앉히니 그 다음은 내 자신이 너무도 초라하게 느껴졌다그가 그의 목표를 이뤄낼 동안 도대체 난 무엇을 했는가나는 아직 진행 중에 있으며 지금의 상황으로 그와 나를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그를 만날 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면 나의 위치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기에 내 자신이 더욱 한심하게 느껴진다그래도 나름 긍정적인 나는 나도 그에게 자극이 될 만한 멋진 여성이 되리라 다짐하며 나를 위로해본다.

 

솔직히 이렇게 그에 대해 글을 쓰고그 때문에 내 온 신경이 집중되고스트레스를 받고그의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나는 너무도 싫다그 때문에 내 평온이 깨지는 것도 싫다그는 이제 나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나 혼자 그를 의식하는 내 자신이 너무도 싫다앞으로는 그 이름 석 자로 절대 흔들리지 않으리!

 

이 모든 나의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무덤덤해 지겠지난 그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매번 당해버리고 만다.

... 그래도 절대 그와 마주치는 불행은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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